❝우리는 모두 나이 들어요. 아주아주 어릴 때도 있었지만요. 가끔 슬픔이 몰아치지만, 행복해서 웃음이 날 때도 있어요.❞
앤서니 브라운이 전하는 아름다운 반대의 세계. 그림책 『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
늙다와 어리다’, ‘혼자와 함께’, ‘슬픔과 기쁨’이 정말 반대에 놓인 말들일까요? 때로는 맞서고, 때로는 맞닿는 반대의 의미들을 다채롭게 보여 주는 『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는 반대에 있는 듯한 말들을 나열해 독자들에게 반대란 무엇인지 역으로 질문합니다.
“때때로 혼자인 것처럼 느껴지나요? 주변을 둘러봐요. 함께일지도 몰라요.”라는 책 속 문장처럼, 우리의 세계는 정반대의 것들로 이루어진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지요. 한때는 커다랗게 보이던 고릴라가 한 뼘 자란 지금 자그맣게 보일 수 있듯이 삶이 언제나 무겁기만 하고, 언제나 가볍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것을 말이에요. 이처럼 삶의 본질적인 질문과 철학적 사유를 짧은 문장에 시적으로 풀어 낸 작품 『자그맣고 커다란 고릴라』. 이번 작품을 통해 앤서니 브라운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반대의 세계를 만나보세요.
고릴라 그림은 마치 앤서니 브라운 작가 그 자체로 느껴질만큼 나에게 익숙했다. 그러다보니 고릴라를 주제로 어떤 이야기를 썼을까 궁금했다. 표지를 가득채운 큰 고릴라와 작은 고릴라, 그리고 반대와 반대의 세계라는 부제를 보고 스토리 위주의 그림책이 아닐거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 느낌을 확신으로 바꾼 이름 하나 더. 옮긴이 ‘이훤’. 앤서니브라운과 고릴라 그리고 시인의 번역이 더해지면 어떨까.
어땠을까? 좋았다.
반대와 반대의 세계가 마치 서로 등을 대고 서있는 것 같지만, 결국은 내 안에서 마주보고 있는 한 세계임을 잔잔하게 보여준다.
우린 모두 한때 어렸지만 함께 늙고 있고, 슬플때도 있지만 행복할 때도 있다. 그 모든 것은 ‘나’이고 ‘우리’라는 것. 이것은 당연한 사실이지만 실제 힘든 순간이 닥치면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가 많다. 그래서 ‘반대의 반대는 닮은 것인지 모른다’고 말하면서도 머리를 긁적이는 고릴라가 더 정겨웠다.
나는 자그맣기도 하고 커다랗기도 한 존재라는 것을 알 것도 같고 모를 것도 같고. 이렇게 존재하는 나를 알아차려서 좋다. 아이들과 읽어도 당연히 좋겠지만, 어른들이 읽어도 너무 좋은 책인 것 같다.
가늘고 길게 회사에 다니고 싶다는 40대 직장인은 “우리 같은 사람을 ‘젖은 낙엽’이라고 부른다. 신발 밑창에 딱 붙어서 승진자를 찾을 때도, 희망퇴직자를 찾을 때도 눈에 띄지 않고 싶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가 4050세대에만 있는 건 아니다. 2030대인 Z세대도 ‘의도적 언보싱(conscious unbossing, 승진 회피 및 지연)’을 한다. 다만 4050세대의 임원 포기 이유와는 좀 차이가 있었다. 임포자·승포자(임원·승진 포기자)의 속마음을 들어봤다.
202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의 책들이 한국 출판 역사상 한번도 없었던 판매 기록을 쓰고 있다. 이 현상이 작가 개인의 작품을 넘어 디지털에 밀려나는 종이책 전반의 시간까지 연장해줄진 알 수 없다. 스웨덴으로부터 ‘뉴스’가 날아들기 1년 전 종이책의 위태로운 현실을 상징하는 사건이 남부의 한 도시에서 벌어졌다. ‘그곳’에 모인 책들의 서로 다른 운명과 책들을 살리려는 구성원들의 분투는 노벨상 특수도 지연시키지 못할 ‘다급한 질문들’을 우리에게 던진다.